1. "특허가 유효한데, 왜 침해는 아니라는 걸까?"
특허 분쟁 뉴스를 보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판결이 있습니다.
2026년 6월 18일, 특허법원은 반도체 고압수소어닐링(HPA) 장비를 두고 다투는 HPSP와 예스티의 특허분쟁에서 의미심장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한쪽에서는 "HPSP의 특허는 유효하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예스티는 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특허법원은 양사가 제기한 심결취소소송 3건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유효이면서 동시에 비침해. 모순처럼 보이는 이 결론에 특허 실무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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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을 다툰 사건인가
이번에 판단 대상이 된 특허는 HPSP의 '반도체 기판 처리용 챔버 개폐장치'(등록번호 1553027, 이하 '027 특허)입니다.
이 특허는 HPSP가 2023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예스티를 상대로 첫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때 사용한, 전체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분쟁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 무효심판 : 예스티가 "그 특허는 무효"라고 주장 → 특허심판원은 유효라고 판단(HPSP 승)
-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 예스티가 "우리 기술은 그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 → 특허심판원은 비침해라고 판단(예스티 승)
각자 진 부분에 불복하면서, 예스티는 유효 판단에, HPSP는 비침해 판단에 각각 소송을 걸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 3건이 접수됐습니다. 그리고 특허법원은 이를 전부 기각하며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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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효'와 '비침해'가 공존하는 이유 — 권리범위
특허가 유효하다는 것과, 상대방이 그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입니다.
- 유효 판단은 "이 특허가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를 봅니다.
- 침해 판단은 "상대 제품이 그 특허의 권리범위(청구항) 안으로 들어왔는가"를 봅니다.
이번 사건의 결정적 변수는 바로 권리범위였습니다.
'027 특허는 무효 위기를 넘기기 위해 특허심판원의 정정심판을 거치면서 권리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정정심판은 특허가 무효가 될 위기에 처했을 때 특허권자가 청구항을 줄여 특허를 지키는 절차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권리범위를 좁혔더니, 그만큼 예스티의 기술이 그 좁아진 울타리 밖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특허는 지켰지만, 정작 그 특허로 상대를 잡지는 못하는 상황. 이것이 "유효하지만 비침해"라는 결론의 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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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정심판은 '양날의 검'이다
이 사건은 정정의 두 얼굴을 보여줍니다.
- 좁히면 → 무효를 피할 수 있다. 청구항이 선행기술과 겹치는 부분을 덜어내 살아남습니다.
- 좁히면 → 침해 입증이 어려워진다. 권리범위가 줄어든 만큼 상대 제품을 포섭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지난 4월 변론기일에서 HPSP는 정정 이전의 넓은 권리범위를, 예스티는 정정 이후의 좁은 권리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어느 시점의 청구항을 기준으로 삼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었던 셈입니다.
참고로 예스티는 정정심판 결과 자체에는 별도 불복 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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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특허법원 판결로 예스티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 양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상고할 수 있습니다.
- '027 특허로 시작된 서울중앙지법 특허침해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특허법원과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정정으로 권리범위가 좁아진 만큼 공방의 내용도 달라집니다.
- 예스티는 '027 특허 외에 HPSP의 다른 특허 5건에 대해서도 무효심판·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선제 대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HPSP의 또 다른 특허(등록번호 0766303, 두 번째 침해소송에 사용된 특허)에 대해 무효 판단을 받아냈고, HPSP는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 나머지 4건은 서로 다른 기술을 쓴다는 점을 인정하며 각하·기각으로 정리됐습니다.
두 회사는 반도체 실리콘 산화물 표면 결함을 고압수소·중수소로 치환해 특성을 개선하는 HPA 장비 시장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과거 이 시장을 독점하던 HPSP에, 지난해 말 진입한 예스티가 정면으로 도전하는 구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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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맺음말: 특허는 '등록'이 아니라 '청구항의 폭'으로 싸운다
이 사건이 기업에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등록받았다"는 사실보다, "어디까지 권리가 미치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넓게 등록받으면 무효 위험이 커지고, 무효를 피하려 좁히면 정작 상대를 잡지 못합니다. 명세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무효를 견디면서도 경쟁사를 포섭할 수 있는 청구항 설계가 핵심인 이유입니다.
황소특허법률사무소는 출원 단계의 청구항 전략부터 무효심판·권리범위확인심판·침해소송에 이르는 분쟁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합니다. 단순히 특허를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특허가 실제 싸움에서 무기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특허의 진짜 가치는 등록증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지켜지는 권리범위에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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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 대표 변리사 Tel. 0505-990-0120 Mail. mwlee@taurus-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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