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제약에서 가장 핫한 약이 있습니다.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agonist) 기반의 위고비, 마운자로인데요, 저도 최근에 다이어트 관련해서 마운자로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같은 계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뉴스를 찾아보게 됐는데, 반가운 소식이 하나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과 인도에서 위고비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고, 가격이 월 2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나라도 싸지겠구나' 싶어서 더 찾아봤더니, 충격적인 사실 하나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당 없음. 한국 위고비 특허는 2028년까지 멀쩡히 살아있습니다.
이 뉴스가 퍼지면서 온라인에는 꽤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식약처가 제약사한테 뒷돈 받은 거 아니냐", "우리나라만 봉이냐", "같은 약인데 왜 차별이냐".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 현상에는 음모론이 아니라, 특허법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이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아, 변리사 입장에서 한 번 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특허는 태어날 때부터 '국적'이 있습니다 - 속지주의
먼저 가장 근본적인 원리부터 짚어야 합니다. 특허법의 세계에는 속지주의(屬地主義) 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특허권은 그것을 등록한 나라 안에서만 효력을 가진다는 원칙입니다. 대한민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만, 미국 특허는 미국 땅 안에서만, 중국 특허는 중국 땅 안에서만 효력을 발휘합니다. 세계 특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허권은 태어날 때부터 국적을 가지고 있고, 각 나라의 법과 심사 기준에 따라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이합니다.
이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속지주의 때문에,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나라마다 특허 만료일이 달라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본은 같습니다 - 출원일로부터 20년
우선, 우리나라 특허법 제88조는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특허출원일부터 20년"으로 규정합니다.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주요국도 같은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만 보면, 같은 날 출원한 특허라면 모두 같은 날 만료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20년이라는 시계 위에 각국마다 다른 변수들이 얹히면서, 만료일이 국가마다 크게 벌어집니다.
핵심은 '허가에 의한 존속기간 연장 제도'입니다
여기서 잠깐,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다른 기술 분야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는 개발이 끝나면 거의 바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약은 다릅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시작해 전임상, 임상 1상·2상·3상을 모두 통과하고, 각국 보건당국의 품목허가까지 받아야 비로소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습니다. 이 전 과정에 통상 10년에서 15년, 비용으로는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가 투입됩니다. 그리고 임상에 진입한 후보물질 중 실제로 허가를 받는 것은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험난한 과정이 특허 존속기간 위에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통상 신약 후보물질이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시점, 즉 임상 진입 전후에 특허를 출원합니다. 그런데 임상과 허가에만 10년 이상이 소요되면, 20년짜리 특허 수명 중 절반 이상을 시장에 약 한 병 팔지 못한 채 허비하는 셈이 됩니다. 수천억 원을 투자해 겨우 허가를 받았더니, 남은 독점 기간이 3~4년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라면 제약사 입장에서 신약 개발에 뛰어들 이유가 없습니다. 혁신 신약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개발 유인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허가에 의한 존속기간 연장 제도입니다. 허가 취득에 소요된 기간만큼 특허 수명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특허법 제89조에 근거하며, 최대 5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 대부분이 같은 취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부 산정 방식과 상한이 나라마다 달라, 결과적으로 같은 약이라도 국가별 만료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제, 속지주의와 허가에 의한 존속기간 연장 제도, 이 두 가지를 함께 놓고 보면 답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노보 노디스크가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소요된 기간을 근거로 존속기간 연장을 신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2028년까지 특허가 살아있게 됐습니다. 허가를 받기까지 걸린 기간이 길수록 연장 가능한 기간도 늘어나는 제도의 구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이 연장 제도를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자국 제약사들의 특허 무효 소송이 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가 연장을 받기 위한 요건도 까다롭습니다. 결국 출원일로부터 20년이 그냥 흘러 2026년 3월에 특허가 만료됐습니다. 식약처가 뒷돈을 받은 것도, 우리나라만 봉인 것도 아닙니다. 같은 특허가 각국의 제도 차이를 만나 다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최근 변화 - 2025년 7월 제도 개정
한 가지 중요한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기존 우리나라는 하나의 신약 허가에 대해 여러 특허를 동시에 연장할 수 있었고, 연장 기간의 상한도 없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구조였죠. 그런데 2025년 7월 22일부터 개정 특허법이 시행되면서, 허가일로부터 14년의 존속기간 상한이 생기고 각 허가마다 연장 가능한 특허도 하나로 제한됐습니다. 앞으로 출원되는 신약들은 위고비처럼 긴 보호를 받기 어려워집니다. 복제약 출시가 앞당겨지고, 환자들의 약값 부담도 조금씩 낮아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뉴스의 위고비 가격 하나에도 특허법, 각국의 존속기간 연장 제도, FTA 협상의 흔적, 식약처 허가 일정까지 수많은 법과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뉴스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법적 배경이 있는데,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과정은 오죽할까요. 황소특허법률사무소는 특허 하나를 출원하더라도 여러분의 기술을 직접 이해하고, 국가별 전략과 경쟁사의 움직임까지 함께 설계도에 담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법과 특허의 세계에서, 황소 특허법률사무소가 올바른 첫 단추 꿰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김동한 대표 변리사
T. 0505-990-0100
E. dhkim@taurus-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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