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미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혹독한 '특허 지뢰밭'이기도 합니다. 현지 경쟁사나 특허괴물(NPE)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면 기껏 개척한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 기업들이 가장 강력하게 휘두를 수 있는 방패가 바로 IPR(Inter Partes Review, 당사자계 무효심판)입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특허청의 기조가 급변하면서 이 방패를 꺼내 드는 것조차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과연 우리 기업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1. IPR 제도의 딜레마: 글로벌 진출 기업의 필수 '방패'
IPR은 쉽게 말해 "나를 공격한 저 특허, 애초에 잘못 등록된 것이니 무효로 만들어 달라"고 미국 특허청 산하 심판원(PTAB)에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일반 연방법원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판관들이 판단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배상금과 변호사 비용이 드는 미국 특허 분쟁에서, 상대방의 특허 자체를 날려버려 분쟁의 싹을 자를 수 있는 IPR은 글로벌 진출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반격 카드입니다.
2. 왜 IPR 문턱은 이토록 높아졌나?: 특허청장의 '메모랜덤'과 3중 장벽
최근 미국 IPR 제도는 철저히 특허권자(주로 미국 기업)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 특허청장(USPTO Director)이 발표하는 '메모랜덤(Memorandum)'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재량적 기각(Discretionary Denial)' 제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무효 증거만 확실하면 심판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본안 심사를 하기도 전에 특허청장이 '정책적, 환경적 요인'을 먼저 따져보고 심판장 문을 닫아버립니다. 등록된 지 오래된 특허의 기득권을 우선 보호하거나, 심지어 2026년 3월 최신 지침(메모랜덤)에 따라 해당 기업이 '미국 내에 제조 기반이나 투자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까지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한 자국 보호주의의 발현입니다.
3. "양동 작전은 끝났다"… 명문화된 4중 규제와 '한 줄 기각'의 늪
최근 미국 특허청이 내놓은 규칙제정안(NPRM)은 IPR 개시의 문턱을 아예 법과 규칙으로 틀어막았습니다. 핵심은 무분별한 중복 쟁송을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방어 카드는 심각하게 제한되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필수 약정(Filing Undertaking)'의 의무화입니다. IPR을 신청하는 순간, 연방법원에서는 동일한 무효 주장을 포기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합니다. 특허청과 법원을 오가는 양동 작전이 원천 봉쇄된 것입니다. 또한, 타 법원에서 이미 해당 특허를 유효하다고 판단했거나 판결이 임박한 경우, 특허청은 이를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IPR 개시를 거부해 버립니다.
심각한 절차적 흠결이 있어 청장이 특별히 예외(Exceptional Circumstances)를 인정하지 않는 한 심판 개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따라 종전 30% 수준이던 IPR 개시 거절률은 지난해 9월 신임 특허청장 취임 이후 90%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
이 촘촘한 규제망보다 기업들을 더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단 한 줄짜리 통지서'입니다. 수개월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수억 원을 들여 완벽한 무효 논리를 구성해 제출해도, 특허청은 "청장 재량에 의한 기각"이라는 단 한 줄의 이유로 본안 심사조차 거부하기도 합니다. 치열한 분쟁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가장 강력했던 방패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늪과 같은 상황입니다.
4. 바늘구멍을 뚫어낸 포스코(POSCO)의 전략적 승리
이처럼 굳게 닫힌 IPR의 문을 최근 포스코가 열어젖힌 사례(POSCO vs. ArcelorMittal)는 글로벌 진출을 앞둔 기업들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당시 포스코는 다국적 철강사 아르셀로미탈과 분쟁 중이었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가 IPR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허청의 최신 기준(병행 소송 우선)대로라면 '단 한 줄짜리 기각' 결정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단순히 선행 기술이라는 '무효 증거'만 들이밀지 않았습니다. 해당 철강 기술이 얼마나 고도로 복잡한지, 그리고 ITC의 빠른 재판 속도보다는 기술 전문가 집단인 특허청(PTAB)이 심리하는 것이 미국 특허 시스템의 효율성과 전체적인 분쟁 해결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집요하게 설득했습니다. 촘촘한 '재량적 거부권'의 그물망을 뚫고 IPR 개시를 이끌어낸,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인 승리였습니다.
5.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기업의 '비즈니스 언어'를 이해하는 IP 전략가
포스코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제 미국에서의 특허 분쟁은 단순한 '기술 싸움'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비즈니스 일정, 타 기관에서의 소송 진행 속도, 방어 전략의 중복성, 심지어 미국 특허청의 자국 보호주의라는 정치적 기조까지 종합적으로 엮어내는 고도의 체스 게임이 되었습니다.
저는 포스코 법무실 지적재산(IP) 전략센터와 현대건설 전략사업본부 기획실에서 인하우스(In-house) 실무를 담당하며, 기업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IP 분쟁과 사업화 전략의 판을 직접 짜고 조율해 왔습니다. 외부인의 법리적 시각이 아니라, 당장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비즈니스에 직결되는 해결책을 치열하게 고민해 온 바탕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계신가요? 단순히 제도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거시적인 비즈니스 맵을 읽고 현장에 즉각 적용 가능한 실전 IP 전략이 필요하시다면 황소 특허법률사무소가 가장 예리하고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황소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이동근 배상
학력 및 주요 경력 (Professional Background)
-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 (現) 황소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Managing Partner)
- (前) 포스코 법무실 IP전략센터
- (前) 현대건설 전력기획실
- (前) 특허법인 정안 변리사
주요 대외 활동
- 대한변리사회(KPAA) 정회원
- 초기 창업 패키지 심사위원
- 조달청, 신제품인증(NEP), 신기술인증(NET) 심사위원
Contact
- E-MAIL: dklee@taurus-ip.com
- TEL: 0505-990-0010

'특허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위고비는 중국에서 2만 원이라던데,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40만 원이 넘나요? (0) | 2026.05.24 |
|---|---|
| "AI는 발명자가 아니다" - USPTO 新가이드가 한국 기업의 미국 출원 전략에 던지는 숙제 (0) | 2026.05.04 |
| 특허 명세서의 함정 — 등록됐는데 왜 못 막나요? (0) | 2026.04.28 |
| 내 아이디어, 특허가 될 수 있을까? (0) | 2026.03.24 |
| 특허권의 진정한 얼굴: 내 발명을 지키는 방패일까요, 상대를 베는 칼일까요? (0) | 2026.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