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특허법률사무소 | Taurus IP Law Firm

아이디어에 정의를, 혁신에 가치를 더하다

특허 칼럼

특허 명세서의 함정 — 등록됐는데 왜 못 막나요?

김동한 대표 변리사 2026. 4. 28. 16:31

"특허 등록 완료됐습니다." 이 한 문장을 받아드는 순간, 많은 창업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기술은 완전히 보호받는구나. 누가 따라 해도 막을 수 있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사가 거의 똑같아 보이는 제품을 출시하고, 변리사에게 달려가 "이거 침해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충격적입니다. "등록은 됐는데… 청구항 범위가 좁아서 이 제품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등록증을 손에 쥐고 있는데 막을 수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특허의 진짜 힘은 '등록 여부'가 아니라 '청구항의 범위'에서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특허를 마치 자물쇠처럼 이해합니다. 등록되면 잠기고, 등록 안 되면 열려 있다고요. 하지만 실제 특허는 자물쇠가 아니라 울타리에 가깝습니다. 울타리가 있어도 경쟁사가 그 울타리 바깥으로 한 발짝만 비켜 서면, 여러분은 아무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특허법 제97조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특허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명시합니다. 아무리 상세한 기술 설명이 명세서 본문에 수십 페이지에 걸쳐 기재돼 있어도,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청구항(Claim) 입니다. 대법원 역시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요소들 중 일부만을 갖추고 나머지를 결여한 경우, 그 대상제품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0. 11. 14. 선고 98후2351 판결). 즉, 명세서 본문이 아무리 훌륭해도, 청구항이 좁으면 그 특허는 속 빈 강정입니다.

 

청구항이 좁다는 것,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요?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도시락 용기를 발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진짜 혁신은 '밀폐력이 뛰어난 구조 원리'에 있는데, 청구항에 이렇게 적었다면 어떨까요.

 

"빨간색 뚜껑을 가진, 직사각형 형태의, 폴리프로필렌 소재 도시락 용기"

경쟁사는 파란 뚜껑을 달거나, 원형으로 만들거나, 다른 소재를 쓰면 그만입니다. 여러분의 핵심 아이디어인 '밀폐 구조 원리'는 고스란히 가져갔지만, 특허 침해는 아닙니다. 청구항에 색상·형태·소재라는 불필요한 한정을 스스로 추가해 울타리를 좁게 쳐버렸으니까요. 반대로 청구항을 이렇게 작성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부 격벽 구조와 탄성 밀착 테두리를 포함하는 밀폐형 용기"

소재도, 색상도, 형태도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사는 어떤 형태로 만들어도 이 원리를 쓰는 한 울타리 안에 갇힙니다. 이것이 청구항을 '넓게, 잘' 쓰는 기술입니다.

 

실전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세 가지 실수

첫 번째는 "일단 넣고 보자"는 과도한 구체화입니다. 현재 자신이 구현한 제품의 세부 사양을 청구항에 그대로 옮겨 넣는 경우입니다. 지금 만든 제품이 아니라, 앞으로 경쟁사가 만들 수 있는 모든 변형까지 포괄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합니다. 특허는 지금의 제품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핵심 원리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청구항 1항(독립항)을 너무 좁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청구항 1항은 모든 청구항의 뿌리이자 특허의 얼굴입니다. 여기가 좁으면 종속항을 아무리 촘촘하게 써도 보호 범위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실제 침해 소송에서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도 독립항입니다.

 

세 번째는 비용 절감을 위해 청구항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특허 출원 비용은 청구항 수에 따라 증가하는 구조라 많은 창업자들이 청구항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청구항 하나가 무너졌을 때 방어선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다음 청구항입니다. 비용을 아끼려다 방패의 두께를 스스로 깎는 셈입니다.

 

특허는 등록이 골인 지점이 아닙니다

등록은 시작입니다. 그것도 울타리를 어디에, 얼마나 넓게 세웠느냐가 이미 결정된 채로 시작하는 게임입니다. 한번 잘못 세워진 울타리는 다시 세울 수 없습니다. 특허법상 등록 후에는 청구항의 범위를 넓힐 수 없고, 오직 좁히거나 정정하는 방향으로만 보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특허법 제136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중에 풀고 다시 끼울 기회가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로 뽑아서 저렴하게 냈어요"와 "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변리사와 전략적으로 설계했어요"의 차이가 갈립니다. 최근 AI 기반 출원 도구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는 창업자들이 기술의 핵심을 제대로 담지 못한 채 출원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허는 서류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분의 기술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언어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생성된 청구항은, 등록은 되더라도 정작 경쟁사를 막는 순간에 힘을 쓰지 못합니다. 출원 비용을 아낀 기업들이 수년 후 경쟁사 제품을 막지 못한 채 막대한 소송 비용을 쏟아붓는 장면을 저는 현장에서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황소특허법률사무소는 단순히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기술을 직접 이해하고 비즈니스 확장 경로와 경쟁사의 우회 가능성까지 미리 설계도에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여러분의 기술이 진짜 방패가 될 수 있도록, 첫 단추부터 함께 꿰어드리겠습니다.

 

김동한 대표 변리사            

  T. 0505-990-0100           

E. dhkim@taurus-ip.com